February 2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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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lcrose:
그리하여, 어느날
진은영
빗방울에 갇힌 자음이 푸른 잎새들의 모음에 닿는 소리를 듣게 되고 그러니까 영혼이란 거, 천사가 방금 따 준 버찌알의 작은 귀걸이를 엄마가 두 손으로 귀하게 쥐고 있다 세상의 첫 무도회 열리는 날 나의 작은 귀에 달아주는 그런 것은 아님을 알게 되고 어쩌면 두 개 중 하나는 태어나면서 죽은 쌍둥이 언니 귀에 달아 놓아 나는 짝 잃은 버찌알 하나를 달고 집을 나가지 못하는 거라고, 그냥 내 방에 우두커니 있을 때 한쪽 귀에 달고 거울 속에 언니에게나 자랑한다고, 아무도 내 마음의 보석상자를 열지 못했다고 유행가처럼 흥얼거리게 되고 창밖을 내다보면
그리하여 어느날은 어느날이고 어느날인 어느날 신은 아파트 상가 곡물가게의 어리숙한...
나는 그저 영화를 찍는 남자다. 그게 다다. 나는 이야기를 들려주려 애쓰고, 그 이야기로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한다. 결과에 대해 누군가가...
– 클린트 이스트우드
힘 들어간 단어를 빼고 구구절절한 걸 빼고 그리고 거짓말한 걸 빼면 아무것도 못 쓰는 밤이네.
뭔가 쓰고 싶고 싶은 이 마음은 나를 증명하기 위한 것도 아니고 그 무언가를 찾기 위한 마음도 아니다. 나는 아무것도 아니었고 내가 찾는 무엇은 어디에도 없었다를 쓰기 위해서도 아니다. 아무것도, 아무것도 아니다.
쓰는 것은 우리의 진한 살냄새가 나는 것이어야 한단다. 살냄새가 날 만큼 땀을 내거나 상처를 곪게 할 만큼 무심해야 가능한 일이겠다. 그런데 나는 땀이 나기 전에 지치고 상처가 나면 약을 바르니까.
피존 냄새나는 글을 써도 되는지 묻고 싶어졌다. 우리는 보통인 나를 삼킬 비위가 되는지
그 말로 정리 안 되는 어떤 상태 있지 않습니까. 애매한 것. 애매한 상태에서 이렇게 말을 자꾸 수면 위로 올라와서 자꾸 나를 잡아, 낚아채려고...
– 홍상수
스물 다섯이 해야 할 일에 대해 물었더니 독립 하는 것이란다. 올해 초 아버지와 다툰뒤 귤 냄새 나는 공간으로 왔다. 그러나 작위의 시대를 벗어나지 못하고, 여전히 벌레에 뜯기고 영토를 저민다. 그녀가 발음한 스물 다섯이 도달한 공간에 대해 생각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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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움큼 공기를 훔치면 바람은 그 빈틈을 채웠고 그것은 또 다른 빈틈을 만들었다 지나쳐 간 사람들 또한 으레 바람과 빈틈을 만들었다 변덕에 지쳐 손등을 가르던 유체 대신 움켜쥔 세상을 믿기로 했다 아무것도 쥐지 못했고 이내 감정들은 존재 했던 것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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좁은방 들리지 않을 인사를 한다 딱딱하고 너덜거리는 것에게도 다 쓰지 못한 텍스트에게도 허둥대는 진심으로 인사를 했다 왜 자꾸 웃나며 중얼거리던 그 사람에게처럼 아무에게도 하기 싫었던 말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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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머니 유골을 태우며 똑바로 걷기 연습을 한다 홍어 냄새가난다 고배를 하며 서울여자를 떠올린다 비가 갠 축축한 지면을 밟는다 할머니의 시신을 조여매던 노끈처럼이다 할머니의 세상 남겨진 자들의 손 유리의 오랜 긁힘 기계장치의 비명 할머니를 묻고 난 오후의 바다 집으로 돌아와 그녀를 들으며 울고 웃는다 부엌서 할머니를 찾는다 탁자의 모서리 장판의 오랜 질감 그녀의 차가워진 손을 떠올렸다 엄마가 생각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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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화를 끊기전 숨을 참아봐 구두소리가 들리고 걸어보지 못한 길 다른 목소리를 만나지 이 곳 등뒤의 세상에는 두 가지 규칙이 있어 종료음이 울리면 숨을 참지 않기 뒤돌아 보지 않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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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은 아무도 사랑 할 수 없는 운명에 대해 말했습니다. 자신을 바라보며 사는 사람들의 운명에 대해서 말입니다. 그 끝엔 아무것도 없겠죠. 그때 어떤 마음에 대해 생각 했습니다. A 에게 손을 들었고 그것은 아마도 아마도 잘, 가라는 마음이었습니다. 버스가 떠나도록 구부정한 손을 내리지 못했습니다. 그 손으로 뒷 머리를 긁었습니다. 잘, 가라는 말이었는지, 누구에게 부끄러워 손을 감췄는지 당신은 알고 있을 것입니다.
소리내어 읽고 싶다.
선생님은 시를 쓰는 것은 자신의 고유한 세계를 구축하는 것이라 하셨지요. 저는 이 목소리가 지닌 가치를 발견할 수 있을까요. 그래서 언제쯤이면 이 투박하고 어린 목소리로도 당신들의 세계를 발성할 수 있을까요.
저녁 11월
김소연
벌써 발끝까지 와버린 알 수 없는 당신의 알 것도 같은 냄새를 정직하게 마주하고 싶지는 않았다
숙여 바라본 그림자만으로 당신이 왜 왔는지 알고도 남는다 뼈마디가 덜그럭대어 시끄럽다
더 할 말은 없었겠고 나의 심장 소리가 그 다음을 메운다
요란스레 팔딱이는 심장의 소란이 이 순간의 침묵을 빛나게 하고 있다
외면하고 돌아선 이후에나 옥상에 올라가서 내려다보리라
아직 잎 달린 샛노란 은행나무 미륵불과 테니스 코트의, 속살 같은 붉은 흙과 고함치듯 가로지르는 횡포한 바람 속에서
침묵하던 당신이 어떤 행색의 어떤 뒷모습인지를
달팽이 뿔 위에서
김소연
사방천지에 잠자는 짐승의 숨소리들이, 세상 가득 상처난 식물의 코 고는 소리가, 그들이 뱉어놓은 눅진눅진한, 짙은 입 냄새가, 들숨, 날숨, 부풀어오르다 꺼지는 뒷산의 어때가, 눈 맑은 꽃, 까칠까칠한 턱, 내 손으로 감쌌던 두꺼운 손, 늘어진 머리카락들, 길처럼 여린 길, 발처럼 예쁜 발, 코끼리 발자국 속에 무수한 개미 발자국, 흙속에 묻어둔 사나운 발톱, 바람 한 장에 꿀 한 숟갈, 이슬을 털다 스스로 놀라는 잎갈나무 숲, 달처럼 해진 달, 물처럼 환한 물, 이윽고 별들의 정수리가 다아 보일 때 나는, 점자책을 읽듯 손끝으로 세상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