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cember 2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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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집
김언 작곡하듯이 쓸 것. 3차원의 문제도 4차원의 문제도 아닐 것. 처음과 끝이 반드시 맞아떨어지는 지점이 존재하지 않을 것. 끝까지 듣게 할 것. 시간이 아닐 것. 어떻게 잡아챌 것인가. 그 종이의 다른 차원을. 그 노래를 처음 들어본 사람처럼 음악을 대할 것. 소리나는 대로 작곡하는 버릇을 버릴 것. 어느 좌표에도 찍히지 않는 점이 불가능할 것. 반드시 찍힌다는 신념의 문제에서 비롯될 것. 그 새벽의 전혀 다른 도시를 보여줄 것. 어느 공간에서도 외롭지 않을 문장일 것. 어느 시간대를 횡단하더라도 비명은 아닐 것. 고함도 아닐 것. 그것은 확실히 음악일 것. 작곡하듯이 되풀이할 것. 음표를 지울 것. 그리고 쓸 것. 그것의 일부를 묶어 모조리 실패할 것. 한 푼의 세금도 생각하지 말 것. 오로지 쓸...
Dec 5t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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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넓은 어제
김소연 밀실에는 음악이 있어야 한다 그래야 그림자가 외롭지 않다 그래야 춤출 수 있다  먼 나라에선 불타던 한 사람이 온 나라를 불태웠다지 뜨겁고 드넓게, 뜨겁고 애타게 꽃에 안기기 직전의 나비처럼 떨면서 떨면서  오래된 성터에서 나비를 보았다 옛날 옛적 빗발치던 화살들을 가로지르며 나비가 드넓게 포물선을 만들며 날았다 불타던 것들이 흔들린다 흔들리며 더 많은 단어들을 모은다 달궈진 추처럼 주머니가 불룩해지면 내일쯤엔 멈출 수 있다 구름은 구름을 향해 흘렀다 배가 되기 위해서였겠지 창문을 열면 바닷물이 쏟아져 들어왔겠지 사각의 밀실에는 사각의 가오리가 탁본 뜨듯 솟아올라야 한다 그래야 지느러미처럼 커튼은 헤엄을 칠 수 있다 더 넓은 바다로 가려고 가서 비천하게 죽든 궁핍하게 살든 끝장을 볼 수...
Dec 5t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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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단이 존재하는 곳
이수명 계단에서 아이들이 놀고 있다. 계단을 생략하고 계단을 끌어내리고 아이들이 놀고 있다. 계단이 존재할 곳은 어디인가 계단끼리 부딪쳐 구부러지는 것이 즐겁기만 하다. 굽은 표면 위에서 구부러지는 아이들, 아이들의 불가능한 배열로 계단은 공평해지고 누구의 입김에 와서 그을음이 이토록 연약하게 걸려 있기에 아이들이 계단을 떼어내는 것일까 계단을 밟고 다니도록 벌을 내린 계단이 존재하는 곳은 어디인가 허공을 흘러내리는 아이들 계단이 놀고 있다.
Dec 5t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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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리의 식사
이민하 하나의 우산을 가진 사람도 세 개의 우산을 가진 사람도 펼 때는 마찬가지 굶은 적 없는 사람도 며칠을 굶은 사람도 먹는 건 마찬가지 우리는 하나의 우산을 펴고 거리로 달려간다 메뉴로 꽉 찬 식당에 모여 이를 악물고 한 끼를 씹는다 하나의 혀를 가진 사람도 세 개의 혀를 가진 사람도 식사가 끝나면 그만 그릇이 비면 조용히 입을 닥치고 솜털처럼 우는 안개비도 천둥을 토하는 소나기도 쿠키처럼 마르면 한 조각 소문 하나의 우산을 접고 한 켤레의 신발을 벗고 하나의 방을 가진 사람도 세 개의 방을 가진 사람도 잠들 땐 마찬가지 냅킨처럼 놓은 침대 한 장
Dec 5t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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