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데 난 모르겠어요. 왜 이런 일들이 일어나는 건지…
근데 정말 이상한 일인거 같아요. 난 그 이유를 알고 싶어.
이유가 없죠.
그러니까 이렇게 이유없이 일어난 일들이 모여서 우리 삶을 이루는 건데,
그 중에 우리가 일부러 몇 개만 취사선택해서 그걸 이유라고 이렇게 생각의 라인을 만드는 거잖아요.
생각의 라인이요?
예. 몇 개의 점들로 이렇게 이루어져서 그걸 그냥 우리가 이유라고 하는 건데…
제가 예를 들어볼께요.
만약에 이 컵을 제가 밀어서 깨뜨렸다고 해요.
근데 이 순간 이 위치에 하필이면 왜 내 팔이 여기 있었는지,
그리고 난 그 때 왜 몸을 딱 움직였는지,
사실 대강 숫자만 잡아도 수없이 많은 우연들이 뒤에서 막 작용하고 있는 거거든요.
근데 우리는 이 깨진 컵이 아깝다고 그 행동의 주체가 나라고 ‘왜 그렇게 덤벙대냐고’ 욕하고 말아버리잖아요.
내가 이유가 되겠지만, 사실은 내가 이유가 아닌거죠. 예.
그렇죠. 그 전에 우연들을 다 추적할 순 없는 거죠.
그리고 그 우연들의 또 전에 우연들이 있는 거잖아요.
맞아요. 맞아요. 그런거죠.
그러니까 현실 속에서는 대강 접고 반응하고 갈 수 밖에 없지만, 실체에서는 우리가 포착할 수 없는 그 수없이 많은 것들이 상호작용을 하고 있는 거거든요.
아마 그래서 우리가 판단하고 한 행동들이 뭔가 항상 완전하지 않고, 가끔은 크게 한 번씩 삑사리를 내는게 그런 이유가 아닌가 제가 생각을 해 보는데…
말이 너무 많은 거 같네요. 제가. 하하하하하”—성준과 보람의 대화, 홍상수의 <북촌방향> 中 (via soulkee)